올리브영 개발자의 마법 수업: 협력으로 2026년 비전을 완성하다
올리브영은 마법 세계관을 통해 비전 발표가 아닌 협력의 경험을 전달했다.
올리브영의 기술 조직은 급속한 성장 속에서 커다란 과제에 직면했다. 조직 규모가 수백 명을 넘어서면서 리더십과 구성원 사이의 심리적 거리가 벌어지고, 전략과 실행 계획을 일방향적으로 전달하는 방식은 진정한 공감과 변화를 만들어내지 못했다.
2025년 11월, 워크숍TF는 이 문제를 정면으로 마주했다. "협력이 중요하다는 걸 어떻게 말이 아니라 경험으로 전달할 수 있을까?" 일반적인 해커톤은 코드 아웃풋에 집중하고, 단순 게임은 조직 전략과 연결되지 않으며, 발표 형식의 공유는 정보만 전달할 뿐이다. 필요한 것은 수백 명이 동시에 몰입할 수 있는 무언가였다.
'코드 아카데미아'라는 세계관의 탄생
해결책은 마법사 세계관이었다. 올리브영의 기술 조직이 실제로 걸어온 길을 판타지 설정으로 투영했다. 2021년 외부 위탁 구조에서 기술 내재화로의 전환, 도메인 중심 조직 구축, 여전히 남아있는 기술 부채와 조직 간 사일로들 — 이 모든 것들이 마법 세계로 재탄생했다.
6개 유닛/팀은 6개의 마법 길드가 되었고, 거대한 레거시 시스템은 **'버그모트'**라는 악몽 같은 존재로, 조직 간 단절은 **'봉인의 저주'**로 표현됐다. 세계관의 핵심은 위계의 일시적 해제였다. 리더와 구성원이 같은 마법 세계의 길드원이 되는 순간, 평소의 상명하달 구조가 순간적으로 수평화된다.
워크숍 전에 실시한 '길드 배치고사'는 Big Five 성격 모델을 기반으로 AI가 각 참여자의 협업 성향을 분석해 가장 잘 맞는 길드를 배정했다. 이 과정 자체가 기대감을 키웠고, 슬랙에서 "나는 어느 길드일까?"라는 호기심이 퍼져나갔다.
오전: 전략 발표와 라이브 토크
11월 27일 오전, 오프닝 영상이 재생되자 객석이 순간 조용해졌다. 워크숍TF 구성원들이 직접 미드저니로 제작한 시네마급 영상이었다. 영상이 끝나고 터져 나온 박수와 감탄은 이 행사의 완성도를 예고했다.
CTO가 대마법사로 등장해 2025년을 회고하고 2026년의 비전 및 전략을 발표했다. 이어진 라이브 토크에서는 리더들이 각 길드를 대표해 긴 망토를 펄럭이며 마법사 지팡이를 들고 무대에 올랐다. 평소 멀게만 느껴지던 리더들의 모습이 웃음을 터뜨리게 했다. 그 순간, 경직될 수 있었던 전략 세션의 무게감이 단번에 걷혀났다.
오후: 'THE:CODE' — 협력을 경험하다
점심 후 본격적인 훈련이 시작되었다. 관찰력, 혁신, 소통, 실행력, 의사결정, 협동심과 관련된 다양한 퀴즈 미션으로 길드별 점수를 쌓아갔다.
오후의 하이라이트는 **'THE:CODE'**라는 몰입형 빅게임이었다. 설정은 이렇다: 코드 아카데미아의 네트워크 시스템에 바이러스가 감염됐고, 100자리 이상의 코드를 찾아 복구해야 한다. 각 조는 자신의 암호를 풀어야 했다.
처음엔 모두가 경쟁이라고 생각했다. 자신의 조의 답을 먼저 확보한 사람들이 나타났고, 어떤 사람은 자리에 앉아 다른 조의 진행을 관망했다. 하지만 게임에는 의도적인 함정이 숨어 있었다. 자신의 조의 답만으로는 미션이 완성되지 않는 구조였던 것이다.
시간이 흐르면서 누군가가 깨달았다: "이거 혼자 풀라고 만든 게 아니었구나." 이 깨달음 순간 행사장의 공기가 바뀌었다. 그제서야 사람들이 적극적으로 다른 조를 돕기 시작했다. 경쟁이라 생각했던 게임이 사실은 협력 게임이었다는 반전에, 놀라워하고, 허탈해하고, 감탄하는 사람들의 반응이 섞여 있었다.
THE:CODE는 협력을 가르치는 게 아니라, 모호한 상황에서 조직의 협업 패턴을 가시화하는 거울이었다. "협력이 중요하다"는 메시지보다, "우리는 혼자 완성할 수 없다"는 현실을 몸으로 깨닫게 한 것의 가치가 훨씬 컸다.
피날레: 밴드 공연과 감정의 순간
저녁이 되자 무대 위에 밴드 악기들이 자리 잡았다. 올리브영 개발자 6명이 직접 구성한 '헬로월드'라는 밴드였다. DAY6의 "Welcome to the Show"와 "한 페이지가 될 수 있게"를 연주했다.
음악과 함께 스크린에 동료들의 일상 순간들과 응원 메시지들이 흘러나오자, 객석에서는 눈물을 흘리는 사람들이 나타났다. 평소 감정을 자제하는 편이라던 CTO도 "오늘은 감정이 벅차올랐다"고 말했다.
워크숍 후의 변화
행사가 끝나고 회사로 돌아온 후, 사내에 평소와 다른 패턴이 생겼다. 캔틴이나 복도를 지나치며 워크숍에서 만난 동료를 보면 반갑게 인사하고 "저희 같은 길드였는데, 이번에 어떤 프로젝트 하세요?"라는 대화가 더 활발하게 오가기 시작했다. 조직이 커질수록 약화되는 구성원 간 연결이 다시 강해지기 시작한 것이었다.
설문 응답들은 세계관의 명확함, 조직 방향성의 이해, 동료와의 연결감을 주요 성과로 지적했다. "제 시야가 지금까지 팀과 유닛 안에만 한정되어 있었구나"라는 깨달음이 공유되었고, "결국 우리는 다같이 일해야 한다는 메시지가 잘 전달되었습니다"라는 후기가 있었다.
설계 철학
세계관은 단순 재미나 몰입을 위한 것이 아니었다. 수백 명 규모의 조직에서 비전을 전달할 때 가장 큰 장벽은 이해도가 아니라 위계다. 리더가 말하면 구성원은 듣고, 질문은 형식적이 되며, 공감보다 수용이 먼저 일어난다.
마법사 세계관으로 위계를 일시적으로 해제하는 순간, 비전과 전략이 "일방향적 지시"가 아니라 "같은 세계의 공동 목표"로 받아들여졌다. 평소라면 형식적으로 끝났을 것을 친밀하고 솔직한 대화로 바꿀 수 있었다.
결국 이 워크숍이 남긴 것은 비전과 전략 그 자체만이 아니다. 우리는 여기 모여 하나의 서비스와 고객 경험을 함께 만들고 있다는 사실을 머리가 아니라 몸으로 기억하는 하루가 됐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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